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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 솔직히 이런 모습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

  • 2021-11-21 22:16
  •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요즘은 회사 택시들이 프랜차이즈와 되면서, 카카오T나 UT Uber 등등 브랜드 달고 다니는 게 일상이다. 그러다보니 예전처럼 기도하는 어린이 그림에 “오늘도 무사히” 박힌 걸 보기는 개인택시에서나 그렇지, 흔치 않은 요즘이다. 인테리어도 다 브랜딩이라, 종교색 완연한 건 뺄테니까.

그런데 올해 지스타에 발을 딛는 그 순간, 정말 딱 “오늘도 무사히” 바라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지난 2020년도에 전시장 일부에서 온라인 생중계 부스만 돌렸던 걸 기억하는 터라, 오프라인에서 사람 얼굴 만날 일이 근 2년여 만. 그러다보니 무슨 사고 나지 않나 지스타 현장 찾은 사람들 조마조마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바이러스라는 게,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거리는 죽창스러운 게 있어서 그야말로 복불복. 사람 일 모를 일이니, 그래서 다들 더 방역조치에 바로바로 따르는 게 일상이었다. 사실,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산업인력이라 괜히 코로나 걸리면 2~3주 현장에서 리타이어하는지라 더 민감했다.

지난 2년여 동안, 오프라인 미팅 없으면 얼마나 프로세스 늘어지는지 경험해 본 사람들은 더 조심하는 건 덤. 그러다 보니 올해 재개되긴 했다지만, 부산으로 사람 보내는 거 통제가 아무래도 있었다. 그래서 주최 측에서도 방문인원이야 하늘에 매인 것이고 그저 확진자 안 나오는 게 최고라고 하는 판이었다.

상황이 이래서, 올해 지스타는 방문인원 수를 세기 보단 오피셜 온라인 중계 채널 통계 맞춰보는 게 현실이었다. 최종일 결산을 보니, 다행히 100만 UV에 200만 PV 선 맞춰 가는 거 같았던 관계로 선방했다는 게 산업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프라인 방문인원은 6.6제곱미터 당 1명으로 전체 면적 대비 한계치를 그었다. 이처럼 코로나 이전 시대 대비로 대폭 줄어든 게 사실이나, 이로 인해 현장에 올 수 있었다면 사상최초랄까 전례없이 쾌적했다(?)는 건 덤. 오히려 이런 틈새에서 나름의 전략전술 나오는 부스들도 많았다. 다들 온라인으로 영상 뜬다 그래서 더 힘 팍팍 준 덕에 올해 코스프레가 유독 고퀄리티였다는 게 구경꾼들의 후문이기도 했다.

 
그래도 벡스코의 쓸쓸한 풍경은 이래저래 낯설다. 줄 서서 하루 왠 종일 보내는 게 고역이라고는 해도, 게임이나 모토쇼 외엔 구경 온 사람 입장에서 그러면서도 가보고 픈 마음 드는 게 흔치 않은 테마인데 게임이 이랬다. 다음 주에 자동차 등등을 다 담은 서울모빌리티쇼도 프레스데이 수준의 혼잡도를 넘어서면 방역에 문제 생길테니 예년 같을 수는 없는데, 그 전초전인 지스타가 이러니 허전한 감이 더해진다.

이러는 와중에 흉흉한 소문이 없진 않았다. 이틀 차 즈음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설이 돌긴 돌았는데, 주최 측과 방역당국 등에서 검증해 보니 SNS發 헛소문. 틱톡을 통해 ‘특정 국가 사람이 걸렸는데 지스타 와 돌아다녔다’더라 하는 카더라가 여러 사람 놀래켰다. 때문에 소독 작업에 출처 검증 등등에 여러 사람 고생했다는 후문이 전해졌다. 이런 헛소문은 부산 절단낼 생각 아니라면 못할 짓인데, 굳이 하는 사람들 있단 사실에 다들 씁쓸해 한 그런 에피소드가 하나 지나갔다.

 
외부 요인에 따른 강제적인 결과... 라고는 해도, 작년과 올해 지스타는 숨 고를 타이밍을 가진 건 사실이다. 앞으로 8년 정도는 더 부산에서 열릴 계획이고, 지자체와 지역 산업계에서 영구개최로 부산 아이콘화 시킨다는 청사진이 나온지도 오래다. 특히 부산모터쇼도 서울처럼 모빌리티로 가면 지스타처럼 매해 개최도 가능해지니, 여러모로 서울과 대칭되는 체제를 항구화시키는 요소 중 하나로 지스타가 전략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그래서 개막일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이 직접 나와 발표한 바들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주목할만 하다. 공공 및 민간 투자와 기부체납 등으로 확보되는 시설들에 게임산업 관련으로 사업장과 산업계 공동 목적의 단체 등을 집중 유치하고, 여기에서 국내외 협업을 증진시키는 실질적인 제도들이 집중된다. 서울과 수도권에 거점을 둔 기업들이 체리피크 해 유명무실해진 다른 지자체 상황을 감안해 부산에 락인 시키는 실질적인 조치들이 가시화될 예정이다.

게임산업 진흥정책들은, 지자체와 시민들이 자선사업 하자는 게 아니라 엄연히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한 상업적인 성공이 일어나야만하는 것이다. 마침 지난 2년여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이 숨 고르며 플래닝과 시뮬레이션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들로 쓰였음을 올해 지스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가능성 높은 계획들이 실체화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지금까지 진흥원과 유관 기관에서 그래왔듯이 외풍 없이 집중력과 지속성을 쌍두마차로 부산의 산업부흥에 오롯히 힘쓰기를 바란다. 솔직히 그런 모습들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