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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 지스타(G-STAR) 2021 D-1! 한 시대의 갈림길에서 미래를 외치다

  • 2021-11-16 20:37
  •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Game Show & Trade, All-Round’. G-STAR의 약자다. 이렇게 이름을 걸고 시작된 게 2005년. 이제 2021년이니, 범세계적으로 중견을 넘어 게임쇼의 클래식을 논할 때가 머지 않은 시점에 이르렀다. 경기도에서 하다 부산으로 넘어온 때가 2009년이니, 부산을 대표하는 연례 박람회로 자리매김했다 평해도 무리 없는 경지겠다.

KAMEX 이름을 걸고 있던 시절까지 가지 않더라도, 산업 관련으로 열리는 여러 행사들은 대부분 관제행사로 출발한다. 지스타도 순수 민간 행사라도 할 수 있게 된 게 부산 와서도 시간 어느정도 지난 다음이긴 한데, 그래도 지스타는 지자체와 현지 진흥원에서 매우 애 써서 다듬은 형편이다. 게임 말고, 서울 밖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와 산업 진흥이 어떻게 되었는진 조금만 검색해 봐도 더 이상 생각하기를 그만두게 만든다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발전이다.

▲ 부산 벡스코에 2전시관에 오디토리움까지 더해졌다. 덩치만 커진 게 아니다, 참 많이도 성장했다.

부산 벡스코 부지에 건물 하나 달랑 있던 시절,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서 서울로 사람들 보내 지식산업 개척한다며 'I-CON(International Contents Creator’s Convention)'이라는 행사를 연다고 쇼케이스하고 그랬던 게 2007년 초 즈음이었다. 개인적으로 보기에도, 요새 뜬금없이 ‘재미없다’ 소리나 듣는다곤 해도,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부산 외엔 지식산업 비즈니스 돌아가는 게 없는 요즘 업계를 보면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아니었나 그리 회고하는 편이다.

‘I-CON’이 지금은 ‘G-CON’으로 이름이 바뀌긴 했어도, 부산 지식산업 증흥과 관련해 굉장히 인상 깊은 이벤트였다. 지금이야 다들 게임만 하는 줄 알지만, 과거 부산에서는 셀 애니메이션에서 CG 넘어가는 걸로 고민이 많았었다. ‘I-CON’ 과거 프로그램을 지금 와 보면, 원화와 작화 같은 이젠 흔적도 안 보이는 그런 테마가 현역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십 수년 전 진흥원 사람들은 이래서는 안된다는 걸 인지하고 다른 걸 도모했다는 점.

서울과 수도권을 이긴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좀 많이 무리다 싶더라도, 아마도 타지와 부산을 차별화시킨 건 2006년 전후로 진흥원에서 시도한 그러한 ‘액션’들 덕분인 것 같다. 학생과 지역 상공인들 모아 하는 행사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으나, 기획과 사업화 등을 강조한 건 ‘I-CON’ 1회차 때부터 유구했던 정신이다. 되는 걸 해야 될 가망이 있다는, 그런 당연한 데에서 시작한 거라 당시 그다지 티는 안 났었어도, 지나고 보니 여기에서 타지 지자체와 부산이 갈린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개막 전야 분주함은 예나 지금이나 같으나, 코로나가 드리운 그림자는 여전하다. 방역, 방역, 또 방역.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싶다.

그러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터졌다. 재작년과 작년은 어찌저찌 정신 없이 지나갔다지만. 올해 행사는 2019년과 2020년과는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로 가는 입구. 위드고 포스트고 하는 수식어가 드리워진 새로운 시대의 초입이다. 과거 수능날 개막해 학생들 모아서 수험생들 살풀이하며 그 기운 타던 때가 언젠가는 오겠지만, 우리 뿐만 아니라 세계가 뒤엎어진 그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다짐할 계기요 시점으로는 2021 올해 행사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과거 리눅스와 코인처럼 너무나 과도한 수식어가 얹어져 진지하게 다루기가 겁날 정도인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이러쿵 저러쿵 해도 대면으로 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굳이 대면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사이를 파고드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오프라인에서의 축제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보고 동호인으로서의 동질감을 스킨쉽으로 충족시킨다는 건 랜파티 이래로 IT 기반에서도 유구한 성향이니 오프라인에 판을 깔아주는 역할은 앞으로도 유구히 중요하나, 산업 차원에서 너무나 커진 분기에 대해서 인지하고 고민해야 하는 건 불문가지다.

단순하게 프로모터 형태로 하기엔 개별 기업들이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일찍이 잡은 주도권을 놓을리 없을 터라, 지자체에서 민간으로 추진하는 행사에서 강제하는 건 한계가 있다. 게다가 게임과 유관 서비스 관련으로는 헤게모니가 해외 사업자들에게 그냥 다 넘어간 게 사실이라 국내 플랫폼 사업자가 유의미한 기여를 할 기회는 고사하고 역량이나 있을 지 모를 일이다. 이 때문에 B2B 인프라 관련으로 쇼케이스를 모으려는, 또 벤더에서 가려는 시도들이 예년부터 생겨가는 추세였는데 이 부분의 불씨를 어찌 살릴지는 부산 현지의 결단 나름이 된다.

지자체와 진흥원이 그간 추구했던 방향을 본다면 교육과 재교육의 집중인데, 사실 이 부분에서 부산은 다른 산업들로 숙련된 바가 많이 있다. 조선업과 중화학 등에서, 각급 학교와 직업인들을 어떻게 리프레시 시켰는지를 감안한다면 여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먼저 게임산업과 그에 수반되는 비즈니스에 대한 환기와 이에 대한 일종의 선망감을 유지시켜 주는 장으로 지스타 등을 활용하면 어떨까. 게임을 단순히 즐기는데 느끼는 재미와 별도로, 이리 재미있는 게임으로 사는 재미까지 키워낸 게임산업의 성공사례를 부가적으로 더 어필할 계기가 더해져야 할 시점이 온 듯 싶다.

스타트업의 형태로도 좋고, 기존 성공한 기업의 리쿠르팅의 방편이어도 좋을 것이다. 팬데믹으로 이리 오프라인 행사의 확장성이 제약된 상황에서, 어떠한 방법론이든, 게임이 주는 말초적인 재미에 관한 탐닉을 공격적인 진취적 인식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찾는 것이 현 시점에서 부산의 게임인들에게 부여된 탐구과제가 아닐까. 게임판에서 세월 흘려 보낸 옛 사람으로써, 1992년 체신부 시나리오 공모전 덕분에 미리내소프트웨어 ‘망국전기’ 원작자가 된 이로써, 애정을 붙여 부산의 성취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