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계혈족 등의 재산범죄에 대하여 형을 면제함으로써 장애인을 포함한 무수히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온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불합치결정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대표변호사 이준기)과 재단법인 동천(이사장 유욱)은 법무법인(유한) 동인 공익위원회(위원장 이성보),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등 공동대리인단과 함께 동거친족인 삼촌등으로부터 범죄피해를 입고도 형면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받은 지적장애인을 대리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마침내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는 심판청구가 있은 지 4년만에 내려진 판결이다. 삼촌을 비롯한 가해자들은 청구인의 아버지가 사망하자 청구인과 같이 동거하면서 청구인의 지적 장애 상태를 악용하여 청구인의 퇴직금, 급여, 상속재산 등 2억 원이 넘는 금원을 횡령 또는 사기의 범죄를 통해 취득하였다. 청구인은 공공후견인을 선임하고 피해를 배상받고자 고소하였으나 가해자들과 동거하는 동안 발생한 범죄로서 형 면제 대상이라는 이유로 검사로부터 공소권 없음 결정을 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2020년 3월경 형 면제 사유의 근거가 된 형법 제328조 제1항, 제354조, 제361조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공공후견인인 이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동행), 태평양과 동천 포함 여러 단체와 공익변호사들이 공동대리인단을 구성해 참여하였고 중앙, 부산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적극 지원하였다.
헌재는 피해자가 독립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 처리능력이 결여된 경우, 해당 조항을 적용 내지 준용하는 것은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고, 해당 조항으로 인해 대부분 기소가 이뤄지지 않는 등으로 피해자가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여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유형 중 상당수는 경제적 착취에 해당하고, 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직계혈족 등 동거친족에 의한 경우이다. 그럼에도 기존에는 친족상도례 규정으로 인해 처벌하거나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었다. 이 결정을 계기로 하여 장애인에 대한 경제적 착취 범죄를 ‘학대’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 단순히 처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 예방에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삶을 위한 디딤돌을 하나 놓을 수 있어 기쁘고, 앞으로도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