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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팬아트 전시, ‘부재 속 존재’를 기록하다

  • 2025-06-05 12:20
  • ACROFAN=Newswire
  • newswire@acrofan.com
“그들이 없는 시간, 우리는 어떻게 존재했는가.”

2025년 6월 21일, BTS 멤버 전원이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다시 함께하는 날 전 세계 팬들의 시선과 감정, 그리고 예술적 헌사가 하나의 전시로 집결한다. 6월 21일부터 29일까지 25th Hour Collective는BTS의 ‘부재(absence)’를 견디고, 환기하며, 기록해온 팬들의 시각예술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Presence in Absence: The Art of BTS Chapter 2(부재 속 존재: 챕터 2 BTS 아트)를 TAXA 서울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벨라루스, 칠레, 독일, 베트남, 인도, 이란, 아일랜드, 러시아, 스위스, 스페인, 우크라이나, 미국 등 13개국에서 활동하는 20명의 팬아트 작가들이 참여한다. 참여 작가 수와 국적 모두 BTS 팬아트를 중심으로 한 전시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며, 신진 작가부터 전문 작가, 의사, 디자이너, 교육자, 일러스트레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함께한다.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은 팬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한 채 BTS라는 존재가 불러일으킨 감정과 상상력을 디지털 아트부터 펜 아트(pen art), 수채화, 유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시각예술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2022년 말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즉 멤버들이 군 복무 중이었던 이른바 ‘챕터 2(Chapter 2)’ 시기에 제작되었으며, 아티스트 각자가 그 기간을 어떻게 마주했는지에 대한 진솔한 답변이기도 하다. BTS의 부재는 그들이 팬들에게 전해온 감정과 메시지, 상징성이 극대화되는 순간이었다. 팬들은 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인터뷰를 다시 살피며, 미디어 속에 남은 작은 흔적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그렇게 BTS와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고, 그들의 존재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길을 찾아냈다. 이 전시는 바로 그 ‘부재’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어떻게 팬 각자의 내면에서 새로운 창작의 힘으로 자라났는지를 보여준다. 팬들 내면의 예술적 발산을 통해 ‘존재’를 형성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작업이다.

러시아 출신 Madina Minvaleeva의 Bound by Light는 일곱 개의 손이 아미밤을 들고 있는 장면을 통해, 멤버들이 함께할 때의 밝은 에너지와 떨어져 있을 때의 공허함을 대비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출신의 Thuy Nguyen은 Chamber에서 ‘Love Me Again’ 뮤직비디오의 장면을 재해석해, 동굴 구조와 붉은 색채를 통해 태형의 고독과 쓸쓸함을 강조한다. 벨라루스 출신 Sofya Pangburn은 Lost in the Lights에서 여러 손에 둘러싸인 지민의 이미지를 통해 대중의 시선과 압박,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고립의 감정을 시각화한다. 또한 칠레 출신 Javiera Ruiz Vizek은 AGUSTD Shadow Encore을 통해 “어두운 날들 속에서 그들이 빛이 되어줬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이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의 대부분은 멤버들의 단독 초상이며, 이는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챕터 2는 멤버들의 솔로 음악에 초점을 맞췄던 시기였고, 그 음악을 통해 각 멤버가 얼마나 폭넓고 깊이 있는 음악적 개성을 가지고 있는지 전 세계에 보여줬다. 케이팝에서는 종종 그룹 정체성이 개인의 존재감을 압도하지만, 챕터 2를 통해 멤버들은 개인으로서의 자아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 역시 그룹 활동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각 멤버들의 고유한 특성을 강조한 작업들을 선보이고자 했다. 특정 국가나 지역을 기준으로 작가를 선정하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작가들의 시선이 전세계에서 모였고, 그 점이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의미가 된다. 단순히 사진을 따라 그린 작품보다는 고유한 시각적 스타일을 지닌 작가의 작업이 중심을 이룬다.

팬아트(fan art)는 더 이상 단순한 팬 문화의 부산물로만 이해되지 않는다. 대중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수용자가 창작자의 위치로 전환하는 하나의 문화적 실천이다. 특히 BTS를 중심으로 하는 팬아트는 확산의 범위와 창작의 수준, 그리고 글로벌 팬 커뮤니티 간의 협업 구조에서 독보적인 양상을 보여왔다. 수천만 명의 팬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창작물을 공유하고 있으며, 일부 작업은 실제 전시를 통해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장되었을 뿐 아니라, 예술시장 및 컬렉션 시스템에 편입되는 사례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영향력이 단순히 음악을 넘어 사회적, 심리적, 미학적 차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5th Hour Collective는 팬아트를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 동시대 미술 담론의 지형을 확장하고 교란하는 예술적 실천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팬아트는 대중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팬들이 주도하는 예술적 실천으로서 대중문화의 본질과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팬들의 표현은 개인 감정을 넘어서 사회적, 심리적, 문화적 맥락을 형성하며, 이 전시는 팬문화가 현대 사회에서 문화 예술적 생산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Presence in Absence: The Art of BTS Chapter 2는 팬들이 만든 예술 기록물이 하나의 문화 자원으로 발전했음을 명확히 드러낸다. 팬들은 BTS의 부재가 남긴 감정을 바탕으로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해 경험한 시간과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이 전시는 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 기록이 의미 있는 시각적 아카이브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증명한다. 동시에, BTS의 복귀와 함께 ‘부재’의 의미를 재조명하며 팬과 아티스트가 공유한 시간과 감정의 집합체로서 그 가치를 더욱 깊게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