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디지털 노벰버’ <파편화된 현실: 기억과 디지털 프론티어>가 11월 29일 개막, 10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29일 개막식에는 공동 주최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와 주한프랑스대사관의 신철 집행위원장과 아가스 뱅송 영상교류 담당관, 그리고 부천시 유성준 문화교육국장, 위고 아르시에르 작가 등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개막식에서 “2020년부터 개최한 디지털 노벰버는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면서 “매년 관객들과 BIFAN에 경이로운 디지털적 영감을 선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의 전시 제목인 ‘파편화된 현실’처럼 전 세계가 문화·정치·경제적으로 다극화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이런 다극화된 시대에 디지털 노벰버는 인류와 문화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좋은 행로를 찾는 기회와 경험의 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베르트랑 자도 주한프랑스대사관 제1참사관의 환영사를 대신해 전한 아가스 뱅송 영상교류 담당관은 “디지털 노벰버 전시는 한국과 프랑스 간의 풍부한 문화교류를 상징한다”며 “이번 전시는 우리의 문화적 교류를 더욱 강화시키고 더 많은 협력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성준 부천시 문화교육국장은 “앞으로도 프랑스와 한국, 부천의 교류가 더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좋은 행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디지털 노벰버는 XR(확장현실) 영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전시회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이 우리의 경험을 점점 더 주도하는 시대에, 기술이 어떻게 기억과 정체성을 분해하고 재구성하며 변화시키는지를 탐구한다. 올해에는 프랑스 작품 <드림 빌더스> <고요 속 일탈> <에덴> <반고흐의 팔레트>와 한국 작품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 <출력된 작업물: 소용돌이> <새로운 꽃의 탄생>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죽음>으로 8편을 만날 수 있다.
<드림 빌더스>(감독 아르노 데자르뎅)는 가상현실로 재구성한 18세기 건축가 에티엔 루이 불레의 설계를 담았다. <고요 속 일탈>(감독 위고 아르시에르)은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 극장 무대에서 공연하는 세 명의 무용수의 움직임을 통해 매혹적인 춤의 순간을 느끼게 한다. <에덴>(감독 위고 아르시에르)은 관람객이 자신만의 식물 세계를 창조하는 주체가 되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반고흐의 팔레트>(감독 아녜스 몰리아, 고든)는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나날과 그의 창작 과정을 체험하도록 이끌어 준다.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감독 박소윤·베란 반 드 사이프)는 문학(텍스트), 음악(소리), 예술(이미지)이 생성과 인공지능을 통해 재구성한 다분야 예술 프로젝트다. <출력된 작업물: 소용돌이>(감독 최건혁)는 가상과 물리적 세계의 경계와 공간 지각을 탐구하는 선도적 미디어아트의 면면을 체감할 수 있다. <새로운 꽃의 탄생>(감독 전혜주)은 네덜란드의 원예산업을 바라보며 생물 자원과 식물 종이 국경을 넘나드는 방식에 대한 리서치를 기록한 아카이브 작품이다. 전혜주 감독은 디지털 환경에서 변형, 자연, 재탄생을 주제로 작업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손꼽힌다.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죽음>(감독 안성석)은 VR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삶의 순간들을 경험하게 한다. 안성석 감독은 기억, 죽음, 그리고 대체 현실을 디지털 및 몰입형 미디어를 통해 탐구하고 있다.
지난 주말 전시장을 찾은 한 관객은 “헤드셋을 착용하는 순간, 새로운 세상에 온 듯 황홀한 느낌이었다. 몰입의 경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시와 더불어 관객들을 위한 팝업 공연도 진행했다. 전자음악 뮤지션 해미 클레멘세비츠의 ‘그림자를 위한 음악’은 벽에 그림자를 투사하는 움직임에서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연출한 공연이다. 악기, 마이크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관객들의 신체 움직임을 유도하는 공연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전시작은 현장 신청을 통해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비욘드 리얼리티 -디지털 노벰버’ 홈페이지(https://plus.bifan.kr/program/digital_november.asp)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는 BIFAN VR사업팀(T. 032-327-6313 내선 133)으로 하면 된다.
BIFAN은 2016년 이머시브돔 설치를 시작으로, 국내 영화제 중 가장 선도적으로 XR을 선보여 왔다. 2020년부터 주한프랑스대사관 문화과와 공동으로 매년 11월에 ‘디지털 노벰버’를 개최했다. 올해에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유니프랑스(Unifrance)가 후원사로 참여했다. ‘디지털 노벰버’(November Numérique)는 프랑스해외문화홍보원(Institut Francais)의 국제 사업으로 전 세계 80여 개국 130여 개 도시에서 열리는 디지털 문화 축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