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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작가의 맛집멋집] 한옥 고택에서의 옛 시간들을 몸소 체험하는 ‘선비촌’

  • 2022-07-24 22:02
  •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집에 어려서 가 살아본 입장이라, 그 ‘한옥 고택’이라는 거에 대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녕 리얼한 한옥이란 게 어떤 것인지 뻔히 기억하는 처지. 그래서 요즘의 한옥 체험이 얼마나 세련되고 편하고 정갈한지 알기에 무언가 섭섭한 마음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추억 ‘복원’을 위해 퍼세식 화장실에다 그 옆에 돼지까지 키우고 중정에 닭 돌아다니는 게 요즘 현대인들 기호에 맞느냐면 그런 건 또 아닌 게 현실이다. 보기에 좋은 것과 살기 좋은 것이 꼭 같지만 않았던 것이 과거 한옥인데. 요즘은 기술들이 좋아서 겉보기만 한옥이지 안은 무슨 원룸이나 오피스텔처럼 꾸며놓고 사는 게 다들 당연한 세상이다.

세상은 변했다. 사람들은, 보기에 좋으면서도 편한 것만 찾는다. 그런 차원에서, 소수서원 바로 옆에 위치한 선비촌이 현대화된 관광자원으로서의 한옥 고택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입장권 자체도 이 둘은 같이 치는데, 그냥 관광으로만 소수서원과 그 앞 한옥 고택들을 두루 관광하는 것으로 지나치기에도 당일코스로 적당할 것이다. 그런데, 선비촌은 숙박체험이 되는 곳이다. 김상진 가옥, 해우당 고택, 인동장씨종택, 두암고택, 김문기가, 만죽재, 김세기가 등에서는 예약을 통해 숙박이 가능하다.

숙박을 하고자 마음 먹는다면, 하나 꼭 알아둘 부분이 있다. 지어진 지 200년 넘어가는 집에서 현대산업사회 삶을 그대로 바라면 안된다는 점. 공간이 없는 곳은, 화장실과 샤워실이 별채로 따로 가야한다. 희귀하게 방에서 화장실 바로 갈 수 있는 집도 있긴 하지만, 그런 곳은 그야말로 선착순. 보기에도 고택이고 살기에도 좋은 곳이 있긴 있는데, 사실 그건 전통을 체험하는 것과는 좀 벗어난 곳이다. 괜히 요강이 있는 게 아니겠고, 밤에 달빛 따라서 해우소 밤눈으로 찾아가는 경험은 올인원이 아닌 곳이 더 한껏 겪을 수 있겠다. 그래도 그리 도착할 수 있는 곳이 수세식 화장실인데, 정녕 세상 참 좋아진 거 실감하는 거 보니 나도 옛날 사람이구나 싶다.

선비촌 숙박체험을 해준다면, 바로 옆에 소수서원을 꼭 가보는 걸 권장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 타이틀이 명불허전 그 자체겠고. 무엇보다 조선시대 감성으로 꾸며진 구조와 풍광은 자연 속에서 쉼을 찾기에도 참으로 좋다. 지자체 차원에서 인근 지역 전체를 유교문화 체험 단지로 꾸미는 것도 있어서, 근처에 있는 금성대군 신단, 순흥향교, 선비세상 등 1박으론 모자르다 싶은 관광자원들이 한데 모여 있으니, 이들 관람을 염두에 두고 선비촌 한옥숙박을 선택하는 게 여러모로 유익하다.

[찾아가는 길]
주소 : 경북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796
전화 : 054-638-6444
홈페이지 : https://sunbichon.net

[영업시간]
매일 09:00 ~ 19:00

▲ 개인적으로 딱 외가집과 외가 당숙 댁 구조가 해우당고택과 비슷했다. 그래서 더 추억에 젖어들었다. 이런 기억 갖고 사는 연배라면 아무래도 지금 4050 세대의 부모님 대. 여러모로 효도관광으로 하루라도 건강한 날 모시고 온다면 나름 더한 추억이 생기겠다 싶다. 실제로, 같은 날 숙박객 중엔 노모 모시고 온 내외가 있었다.

▲ 겉보기엔 고택이어도, 안에는 LED 전등에 전기장판, 에어컨 등등 없는 게 없다. 화장실 가려면 대문 나서야 된다는 게 특징인데, 그게 사실 가장 한옥 다운 것이다. 원래 부속시설은 별채로 나가 이용하는 게 전통이 맞다.

▲ 선비촌은 소수서원과 같은 입장권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해 떠 있는 오후 중에 짐을 풀고 선비촌을 두루 관광하고, 아침 나절에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 넘어 소수서원을 산책하듯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각각, 서로 어울리는 시간대가 그렇다.

▲ 소수서원 터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어서, 선비촌 역시 배산임수의 전형을 보여준다. 산줄기가 감싸는 게 서원 쪽이 더 양택으로 길지가 되겠지만, 선비촌 자체도 주거 입지로는 꽤 좋은 입지를 자랑한다. 향후 유교문화 체험도 그렇지만, 풍수 유람으로도 거점 삼기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