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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F, 아시아 48개 은행 대상 지속가능금융 평가 SUSBA 보고서 발표

  • 2020-12-01 10:08
  •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이하 WWF)은 한국 5개 상업은행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48개 은행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금융 성과를 분석한 2020년 SUSBA(Sustainable Banking Assessment, 뱅킹 부문 지속가능금융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SUSBA는 은행들이 경영 및 금융 활동을 함에 있어서,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요소를 은행의 전략과 의사 결정 절차에 얼마나 반영하는지, 이른바 ‘ESG 통합’ 성과를 다각적으로 평가한다. WWF는 매년 발표하는 SUSBA를 통해 아시아 각국 은행들의 ESG 통합 성과를 진단하고 개선점을 제시함으로써, 은행들이 더욱 지속가능금융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네 번째로 시행된 SUSBA에는 기존 아세안 회원국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6개국의 38개 은행과 함께, 한국의 5개 은행과 일본의 5개 은행이 처음 평가 대상으로 참여했다. 이번 SUSBA에 참여한 우리나라 은행은 국내 자산 규모 최대의 상업은행인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총 5곳이다.

WWF는 SUSBA를 통해 은행들의 목적(Purpose), 정책(Policy), 절차(Process), 임직원(People), 금융상품(Product), 포트폴리오(Portfolio) 등 6개 부문에서 ESG 요소가 얼마나 반영되었는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올해는 에너지, 팜오일 등 부문별 여신정책에 관한 세부 분석 결과도 함께 다뤘다.

WWF아시아 지속가능금융 총괄 키이스 리(Keith Lee) 박사는 “한국과 일본의 은행들은 동남아시아 내 기업금융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두 국가를 올해 SUSBA 평가에 포함함으로써 아시아 지역 은행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속화되기를 바란다”며 두 국가 은행들을 새로운 평가 대상으로 선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은행들, ESG 통합 점수 아세안과는 ‘비슷’ 일본보다는 ‘낮음’

WWF는 올해 SUSBA에 따르면 은행들이 금융 활동에 ‘환경’과 ‘사회’ 부문 고려 요소를 포함하는 노력을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작년 대비 전체 아세안 은행의 75% 이상이 성과를 개선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은행들이 획득한 점수는 아세안 은행들의 평균 수준이었으며, 일본 은행들은 평균 이상이었다. 반면, 조사 은행들이 기후변화나 자연 손실에 따른 리스크에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은행들은 여러 조사 항목 가운데 은행의 비전과 장기 전략의 지속가능성 부문을 어떤 방식으로 포함했는지 공개하는 데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이는 아세안 은행들의 평균 수준이었다.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은 5개의 한국 은행 중 4개 은행이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FI)의 ‘책임뱅킹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Banking)’ 서명 기관이라는 점이다. 5개 은행 모두 녹색금융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정부의 ‘그린뉴딜(Green New Deal)’ 정책 이행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 활동의 ESG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정책 및 절차 공시에서는 많은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일본 은행들, 기후 관련 부문에서 ‘눈길’

일본 은행들은 기후 관련 부문에서 대체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5개 은행은 모두 기후 관련 재무 공시 태스크포스(TCFD) 권고안에 맞추어 명백하게 공시하였다. 금융상품 부문에서도 모든 은행이 전체 기준의 75% 이상을 달성하는 등 좋은 점수를 기록했으며, 대부분의 은행이 녹색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모든 일본 은행과 3개의 한국 은행이 기후 관련 위기관리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아세안 지역의 은행들은 전년 대비 4배 증가한 24%가 기후 전략을 보유했다. 이를 통해 아세안 은행들이 기후 전략 부문에서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 은행들, 석탄 발전 부문 금융 지원 축소 조치 시행

한국과 일본 은행들이 석탄 관련 금융지원의 축소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B국민은행은 한국 은행으로는 최초로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5개 일본 은행도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이들 은행의 정책에는 특정 유형의 기술 또는 탄소 포집과 관련된 예외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91%의 아세안 은행들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금융지원을 지속하였다.

산림 벌채 및 담수 리스크에 대한 대비는 ‘부족’

34%의 아세안 은행이 산림 벌채와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모든 일본 은행과 1개의 한국은행이 산림 벌채 위험에 대해 인식했지만, 한국 및 일본 은행 중 어느 은행도 산림 벌채를 금지하겠다는 서약은 하지 않았다. 담수 리스크는 전 세계 4,250억 달러에 상당하는 손실이 생길 수 있으나, 고객 대상으로 담수 위험 평가나 담수 스튜어드십(Water Stewardship) 이행을 요구하는 은행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은행들의 지속가능한 목표 달성 위한 과학기반목표(SBT) 수립 강조

올해 SUSBA에 따르면, 2개 한국 은행과 4개 일본 은행을 포함한 35%의 은행들이 지속가능한 프로젝트 혹은 비즈니스에 금융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정량화된 목표를 설정했다. WWF는 은행들이 이와 같은 지속가능한 목표를 달성할 때, 은행의 금융 활동이 가지는 긍정적인 영향이 보다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은행들이 포트폴리오에 탈탄소화를 위한 과학기반목표(SBT, Science Based Targets)를 수립한다면 더욱 전략적으로 목표 달성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체 평가 대상인 48개 은행 중 유일하게 신한은행이 과학기반목표 이니셔티브(SBTi, 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에 가입했다.

홍윤희 WWF-Korea 사무총장은 “ESG 리스크 관리를 은행에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압력이 커짐에 따라 지속가능금융의 중요성은 점차 커질 것”이라며 “특히, 한국과 일본은 정부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과학기반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수립하여 탈탄소화 목표를 성취하고 사업 전반을 지속 가능하도록 전환하는 것은 생존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이스 리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자연과 관련한 리스크에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이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ESG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코로나19의 장기화 속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내년에도 이 기조를 이어가도록 은행들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수많은 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예기치 못한 기후나 자연 문제를 헤쳐나가는 데 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