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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 어둠 속에서도 빛난 슈만의 음악으로 돌아오다

  • 2020-09-17 11:07
  •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음악적, 문학적 영감과 꿈이 가득한 젊은 날의 슈만, 그리고 광기가 깊어져 어둠으로 사라지고 있는 슈만을 모두 담은 새 앨범 ‘슈만’을 오늘(17일) 발매한다.

두 장의 CD로 구성된 이번 앨범은 각각 ‘오이제비우스’(CD1)와 ‘플로레스탄’(CD2)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이제비우스’는 내성적이며 꿈꾸는 듯한, ‘플로레스탄’은 열정적이며 공격적인 슈만의 서로 다른 자아를 상징한다. 대조적인 두 개의 자아는 슈만을 비추는 다르면서도, 동시에 같은 거울이었고 이번 앨범을 통해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보여주고 싶었던 슈만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백건우는 녹음에 앞서 작곡가에 대한 다양한 문헌을 토대로 심도 있는 연구를 선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에도 역시 슈만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입체적이면서도 자서전적인 앨범을 세상에 내놓았다.

첫 번째 CD ‘오이제비우스’의 포문은 슈만의 공식적인 첫 번째 작품으로 알려진 ‘아베크 변주곡’이 연다. 두 번째 수록곡은 숲에 대한 낭만주의자 슈만의 동경과 불안을 그린 음악적 풍경화인 ‘숲속의 정경’이다. 그 다음 곡인 ‘어린이의 정경’은 원래 모두 서른 곡이나, 그 가운데 열 세곡만 선별해 담았다.

‘어린이의 정경’은 제목과 달리 어린이를 위한 것도 아니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쓴 곡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슈만은 클라라를 향한 사랑의 편지를 쓰거나, 작곡을 했는데 이 둘은 모두 슈만에게 같은 행위였다. ‘어린이의 정경’은 클라라의 편지에 대한 슈만의 음악 답장이었다. 마지막 곡은 라인강에서 투신한 뒤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완성한 ‘유령 변주곡’이다.

두 번째 CD ‘플로레스탄’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새벽의 노래’와 ‘밤의 소곡’이다. ‘새벽의 노래’ 작품은 슈만이 광기에 완전히 자신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작곡된 마지막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밤의 소곡’은 슈만이 작곡한 작품들 가운데 가장 어둡다. 첫 곡은 마치 장례행렬을 연상케 하는 한없이 무거운 행진곡이다. 슈만은 이 시기에 죽음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그는 클라라에게 ‘이 곡을 작곡하는 동안 장례식과 관들, 그리고 어두운 표정의 사람들이 보인다’고 편지를 쓰기도 했다.

한편 백건우는 다음달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11월 21일까지 전국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