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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 실내악 앨범 선보여…’콜라주(collage)’ 발매

  • 2020-08-26 11:18
  •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서울시립교향악단(대표이사 강은경)의 전∙현직 서울시향 단원들이 2017, 2019년에 녹음한 실내악 앨범이 유니버설뮤직그룹 (Universal Music Group, UMG) 산하 데카(Decca) 레이블을 통해 오늘(26일) 발매한다. 국내 오케스트라가 실내악 음반을 발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악 사중주, 플루트와 하프 이중주, 목관 오중주 등 다양한 실내악 편성으로 바흐, 베토벤부터 라우리 등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레퍼토리를 한 장의 음반에 담았다.

서울시향은 2005년 재단 법인화 이후, 대형 콘서트홀 연주만을 고집하지 않고, 단원들로 구성된 실내악팀들이 학교, 병원 등 다양한 곳에 찾아가는 ‘우리동네 음악회: 실내악’ 등 시민공연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내한한 스타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실내악 정기공연 무대 역시 신선한 자극을 받으며 악단의 앙상블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 다양한 편성과 레퍼토리가 만드는 하나의 풍경 ‘콜라주(Collage)’

이번 음반의 첫 곡은 서정적인 민요풍 선율이 흐르는 차이콥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현악 사중주 1번 2악장)이다. 단 네 명의 연주자로 웅대한 음향의 합주를 표상하는 현악 사중주는 대우주 속의 소우주를 효과적으로 그릴 수 있는 실내악 양식이다.

두 번째 곡은 피아노 독주로 잘 알려진 드뷔시의 ‘아마빛 머리의 소녀’가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편곡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세 번째 곡은 북아일랜드 민요로 전승되어 내려온 ‘대니 보이’가 수록되었다.

발티카 비올라 콰르텟은 1988년생인 젊은 현대 작곡가 라우리의 네 대의 비올라를 위한 ‘로만자’를 연주했다. 영성이 담긴 민요풍의 음악으로 4대의 비올라가 각각 자신의 주장 내세우면서도 경쟁을 부각하지 않는 대화를 주고받는 조화로움이 돋보인다.

브라질의 타악기 주자이자 작곡가 로사우로의 ‘마림바와 플루트를 위한 두 개의 작품’도 수록됐다. 첫곡 ‘이별의 노래’는 브라질 대중가요 ‘친애하는 친구’를 원작으로 했고, 뒤이어 연주하는 활기찬 ‘재회의 춤’은 브라질 북동부 지역의 무곡 형식인 바이앙을 떠올리게 한다.

음악적 번역의 또 다른 예로, 바흐의 음악을 편곡한 코바치의 곡도 이번 앨범에 더해 앨범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번 앨범에 클라리넷 독주를 위한 ‘J. S. 바흐에 대한 헌정’이 수록되었다. 바흐가 코랄(합창)의 선율을 활용하여 오르간을 위해 쓴 작품 중 세 개가 헤어만 요리슨에 의해 호른 사중주를 위한 실내악곡으로 편곡되어 담겼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세 곡 중 ‘간절히 소망하나이다,’ BWV727은 바흐의 열정이 두드러지는, 가장 유명한 코랄 선율 중 하나를 지니고 있는 곡이다.

아게가 목관 오중주를 위해 쓴 ‘다섯 개의 쉬운 춤’은 삶의 기쁨(joie de vivere)이 풍성하다. 아게 역시 코바치처럼 헝가리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 리스트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그러나 유대인인 그는 강제로 고국을 떠나야 했고, 뉴욕에 정착하였으나, 그의 부모는 아우슈비츠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 군과 가까이 지내며 음악 활동을 하며 군 병원 입원 환자들을 위한 위문 공연도 했는데, 오늘날 서울시향 단원들이 펼치는 찾아가는 음악회와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폴카, 탱고, 볼레로, 왈츠 등으로 구성된 이 모음곡은 즐거운 룸바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은 1787년 베토벤이 그의 영웅 모차르트를 만났을 때 모차르트가 작곡하려 했던 오페라 <돈조바니>의 ‘그대 손을 잡고’에 의한, 두 대의 오보에와 잉글리시호른을 위한 변주곡 WoO 28으로 마친다.

이번 서울시향 실내악 앨범은 전 세계 음악 시장의 약 30%을 차지하고 있는 유니버설뮤직그룹의 대표 클래식 레이블인 데카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다. 올해 91주년을 맞이하는 데카 레이블은 1929년 설립된 대표적인 클래식 레이블이다. 카라얀, 샤이, 줄리니, 마젤, 뒤투아, 하이팅크, 메타, 프레빈, 등 거장 지휘자들이 데카 레이블을 통해 명반을 남겼고 안드라스 쉬프, 라두 루푸, 넬슨 프레이레, 정경화, 브렌델, 굴다, 아쉬케나지 등 명연주자들 역시 데카 레이블을 통해 전설적인 앨범들을 녹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