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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객, [알라딘]은 가능하지만 [라이온 킹]은 불가능한 이유

- [알라딘]에는 있고 [라이온 킹]에는 없는 흥행 성공 요소 세 가지

  • 2019-07-29 08:02
  • ACROFAN=서희정
  • press@acrofan.com
영화 [라이온 킹]은 [알라딘]의 신화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올해 디즈니에서 2개의 실사영화를 선보였다. 하나는 캐스팅 공개 때부터 우려가 앞섰던 영화 ‘[알라딘]’이고, 다른 하나는 디즈니 사상 역대 최고의 제작비에 올해 최고의 야심작으로 꼽히고 있는 ‘[라이온 킹]’이다.

출처: 월트디즈니컴패니코리아 공식 포스터

먼저, 지난 5월 개봉한 [알라딘]은 스크린 독과점도 없이 스크린 1400여개만으로 개봉 53일 만에 한국에서 1000만 관객 돌파, 역대 외화 영화로서는 4번째로 1100만 관객을 돌파하였다. 심지어 오프닝 스코어가 역대 천만 영화 중 유일하게 10만 명도 안 될 정도로 저조 그 자체였지만 결과적으로 약 10억 달러(글로벌 기준, 약 1조 1,845억원)를 벌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한편, 지난 주(2019. 07. 17.)에 개봉한 [라이온 킹]은 개봉 초반부터 [알라딘]의 기록을 뛰어넘고 있다. 개봉 10일 만에 역대 디즈니 영화사상 최단기간 300만 관객 돌파라는 타이기록(겨울왕국, 2014)을 세웠다. 수익도 이미 6억 달러(글로벌 기준, 약 7082억 4000만원)를 벌어 들였다.

이렇게 초반부터 무섭게 돌진하다보니 과연 [라이온 킹]이 [알라딘]을 뛰어넘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앞서 잠시 언급하였듯이 영화 [알라딘]은 개봉 전부터 논란이 많았던 작품 중 하나였다. 임팩트가 없다는 캐스팅 논란(물론 캐스팅 논란은 실사 영화가 나올 때마다 문제가 되고 있지만)을 비롯하여 새파란 지니로 변신한 배우 윌 스미스의 충격적인 모습까지 혹평이 쏟아져 나왔다. 디즈니 입장에서도 이미 실사 영화 [미녀와 야수]로 흥행의 쓴맛을 보았던 터라 영화 [알라딘]에는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고 있었다. 그보다는 CG부터 음악, 더빙까지 심혈을 기울였던 [라이온 킹]에 주력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출처 URL: https://www.lovetips.co/aladdin-in-the-edition-of-the-book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영화 [알라딘]이 결과적으로 영화 역사상 오래 기억될 신화를 일궈냈고, 전 세계는 알라딘에 열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곧이어 개봉한 [라이온 킹]에게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였다. 디즈니가 오래 전부터 공들여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라이온 킹]이 [알라딘]만큼의 흥행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 추측해 본다면,
답변은 ‘NO’이다.
[라이온 킹]에는 [알라딘]만큼 관객을 끌어당기는 비밀이 없다.

영화 [알라딘]과 [라이온 킹]을 보면, 흥행하는 데 있어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관객들이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본 작품을 기다리는 팬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강점이 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점이 더 큰 이유는 끊임없이 자신이 과거 경험한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서 볼 관객들에게 이전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또는 이를 능가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알라딘]은 성공했고, [라이온 킹]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출처: 월트디즈니컴패니 공식 포스터

[알라딘]은 애니메이션과 차별화하는 ‘그 무언가’를 ‘시선의 이동’, ‘현대적 재해석’, ‘임팩트’에서 찾았다. 먼저 [알라딘]은 제목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좀도둑에 지나지 않았던 알라딘이 램프의 요정 지니를 만나면서 겪는 환타지 어드벤처 스토리이다. 즉, 알라딘의 스토리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실사 영화에서는 분명히 제목이 [알라딘]임에도 불구하고 알라딘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알라딘보다는 서브 주인공인 램프요정 지니와 자스민 공주에게 관객의 시선을 이동시켰다. 즉, 평범한 인간이 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지니의 바람, 마법사 자파에게 아버지의 왕국을 빼앗기는 자스민의 슬픔, 그리고 이를 되찾고자 하는 강인함에 더 주목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관객들 입장에서는 마치 색다른 이야기를 접하는 것처럼 신선하고, 감정이입도 다양하게 가능해졌다.

출처: Speechless 뮤직비디오 캡처

그러나 [라이온 킹]에서는 이런 스토리의 차별화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토리는 여전히 주인공 심바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티몬과 품바, 날라의 이야기는 애니메이션과 비슷했고, 그나마 애니메이션에서 존재했었던 삼촌 스카의 야망이나 하이에나 3마리(셴지, 반자이, 에드)의 이야기는 사라져 버렸다.

출처 URL: https://bitly.kr/4ge8tz

다음으로, ‘현대적 재해석’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 [알라딘]이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는 것 중에 하나는 캐릭터의 현대적 재해석을 제대로 해냈기 때문이다. 누구나 지니가 유쾌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힙합의 펑키한 분위기의 지니는 상상하지 못했다. 영화 [알라딘]에서는 애니메이션에서의 지니 특유의 유머감각은 유지하되, 거기에 현대식 개그와 펑키함과 힙합 스타일을 가미하여 새로운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그러다보니 관객들이 웃고 즐기는 포인트가 대거 포진되어 있었다. OST 역시 현대적 웅장함과 뮤지컬적 요소를 더욱 강화한 것은 물론, 애니메이션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곡 스피치리스(Speechless)도 삽입하여 현대적 스토리 재해석을 강화하였다.

출처: [알라딘] 예고편 캡처

반면, [라이온 킹]에서는 현대적 해석은 거의 없었다. 사실상 1994년 그 때의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그 이상의 새로운 해석은 발견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임팩트’이다. 영화 알라딘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보는 재미이다. 어떻게 지니의 마법적 요소를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었는데, 발전된 컴퓨터 그래픽(CG) 기술로 오히려 애니메이션보다 더 화려한 영상미와 임팩트를 선사한 것이다. CG뿐만 아니라 현란한 군무와 독무 등을 선보여 이를 관객들로 하여금 보는 내내 어깨가 들썩이는 재미를 주었다.

출처: [알라딘] 예고편 캡처

비주얼로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울 영화가 바로 [라이온 킹]이다. 영화 [라이온 킹]이 가장 주력한 부분이 바로 실제 동물과 자연을 그대로 녹화한 듯한 현실감과 사실감이었다. 그래서 예고편이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사실 같은 묘사에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비주얼의 신기함은 딱 영화 시작 5분까지였다. 현실적 묘사는 관객들의 눈에 이내 적응되어버렸고, 이 외에는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시각적 요소가 거의 없었다. 결국 스토리가 영화를 이끌어나가야 했는데, 스토리 역시 애니메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보니 결국 밋밋하고 지루한 영화가 되어 버린 것이다. 심지어 OST ‘Can you feel the love’을 배경으로 심바와 날라가 사랑에 빠지는 부분은 로맨틱한 분위기 없이 둘의 재회 장면과 섞여 끝나버렸다.

출처 URL: https://pas.fnnews.com/archives/504339

물론 이러한 비평에도 불구하고 영화 [라이온 킹] 역시 알라딘과 마찬가지로 놀라운 흥행 성적을 기록할 수도 있다. 영화 흥행에는 동시 개봉작, 시즌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영화 [알라딘]에서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영화 [알라딘]이 흥행에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는 바로 N차 관람에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 [알라딘]의 재관람률은 지난 7월 14일 8.7%로, 상위 10개 영화 평균(3.1%)의 약 3배에 해당하는 놀라운 비율이다. 그리고 영화 재관람에는 팬들로 하여금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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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서희정 박사

언론학 박사로 EBS 미래교육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현재는 숙명여자대학교 초빙대우교수이자 데이터마케팅코리아 교육 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뉴미디어 콘텐츠 트렌드 및 크리에이터 시장 분석의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