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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플래그십 세단 CT6 플래티넘 트림

  • 2016-09-12 13:12
  • ACROFAN=권용만
  • yongman.kwon@acrofan.com
세계 자동차 시장의 양대 축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시장에서, GM과 ‘캐딜락’ 브랜드는 현재 시장에서의 위치 이상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100여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글로벌 그룹 GM의 럭셔리 디비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또한 긴 역사와 함께, 21세기에는 시대에 어울리는 신선한 파격도 선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퍼포먼스 디비전을 갖추고, 성능을 강조하는 스포티한 이미지 등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오너 드리븐’ 중심의 ‘파격’과 ‘스포티함’이 전통적인 ‘럭셔리’와 ‘쇼퍼 드리븐’과 만날 때, 이를 적당히 절충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이는 지금까지 여러 브랜드들이 거쳐 왔던 풀기 어려운 문제였지만, 다양한 방향으로의 방법이 등장하기도 했다. 캐딜락 또한 대형 ‘플래그십 세단’에서 이런 어려움을 마주쳤는데, 전통의 ‘럭셔리’와 현재의 ‘파격’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데 있어 차의 앞과 뒤 중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둘 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도 꽤 기대감이 있었다.

캐딜락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을 표방하는 CT6는 전장이 5.2m에 이르고, 휠베이스가 3,109mm에 이르는 대형 세단으로, 흔히 ‘쇼퍼 드리븐’ 위주의 성격을 가지는 체급이다. 하지만 캐딜락 CT6에서는 뒷좌석을 위한 다양한 편의 기능과 함께, 운전자를 위한 달리기 관련 최신 기술들을 함께 접목해 상반될 수 있는 가치를 양립하고자 하는 시도가 엿보인다. 사실 가장 큰 ‘파격’은, 이런 크기에 이런 최신 기술들이 갖춰진 차량이, 이 가격대에 등장했다는 것이 될런지도 모른다.

 
▲ 바디라인은 캐딜락 특유의 라인을 어색하지 않게 뒤로 늘려 냈다

 
▲ 센터페시아 쪽은 대형 스크린을 중심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모습이다

캐딜락 CT6는 캐딜락 특유의 역동적인 바디라인 구성을 기반으로 길고 낮은 차체 비율로 플래그십급 세단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장은 5,185mm, 전폭 1,880mm, 전고 1,485mm의 차체와 3,109mm 의 휠베이스는 전통적인 동급 세그먼트 차량들 대비 표준 휠 베이스 모델 기준 다소 긴 모습을 보인다. 그릴과 버티컬 타입의 시그니처 라이트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선보여졌으며, 시그니처 라이트에는 간접 조명 방식의 LED 다기능 헤드램프가 적용되었다.

CT6의 섀시는 ‘오메가(Omega)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해, 일체형 싱글 프레임인 BFI(Body Frame Integral) 공법을 기반으로 13개의 고압 알루미늄 주조물과 총 11종의 복합 소재가 적용됐고, 주요 접합부에는 알루미늄 스팟 용접과 알루미늄 레이저 용접 등 새 특허 기술들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체의 총 64%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하고, 접합 부위 최소화와 약 20만 회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경량화로, 국내 출시 모델은 이 크기에서도 공차중량 1,950kg을 달성했다.

인테리어는 대담하며 우아하고, 넓은 실내 공간 확보를 목표로 했으며 부드럽고 감촉이 뛰어난 천연 가죽과 고급 원목을 비롯해 탄소 섬유 등 특수 소재를 실내 전반에 적용했다. 그리고 플래티넘 사양에서는 리어 시트에 방향 조절과 리클러이닝, 쿠션 틸팅 마사지, 히팅 및 쿨링 기능이 적용되며, 앞좌석 등받이의 플립형 10인치 듀얼 모니터와 무선 헤드셋 등을 통해 뒷좌석 탑승객이 독립적으로 영화 및 음악 감상 등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의 34개 스피커는 차량 내부를 빈틈없이 감싸고 있다

CT6 전용으로 튜닝된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BOSE Panaray Sound System)은 34개의 스피커를 통해 탑승자 전원에게 차량 안에서도 콘서트 홀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 품질의 사운드를 전달한다.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은 쿼드존 독립제어가 가능해, 실내를 네 부분으로 나눠 각 탑승자들이 원하는 실내 온도를 설정할 수 있고, 공기 이온화 시스템은 외부의 먼지와 악취가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시킨다.

CT6가 제공하는 다양한 편의 기능들은 캐딜락 큐(CUE) 시스템과 센터페시아의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과 함께 물리적 버튼들도 상당 부분 터치 형식으로 적용되어, 깔끔한 실내 분위기를 만든다. 큐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 기능을 지원하며, 터치스크린 이외에도 센터 콘솔에 위치한 터치 패드를 통해 편리하게 다양한 기능들에 접근할 수 있다. 모션 인식 등의 기능은 없지만, 카플레이를 통한 음성인식 기능 등으로 꽤 보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운전석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함으로는 열감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도로상의 장애물 인식을 돕는 ‘나이트 비전 시스템(Night Vision System)’, 그리고 후방 광각 카메라를 이용하는 리어 카메라 미러가 있다. 리어 카메라 미러는 기존 룸미러보다 더욱 넓은 시야를 제공하며, 뒷유리 블라인드가 올라간 상황에서도 완전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이 카메라가 외부 노출되어 있는 만큼, 오염 등에는 주의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360도 서라운드 비전 시스템을 비롯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및 이탈 경고, 전방 추돌 경고, 전방 보행자 경고 시스템 등 주행 안전을 위한 첨단 사양이 대거 적용됐으며, 대형 풀 컬러 클러스터와 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헤드 업 디스플레이 및 전동 햅틱 시트와 연동해 경고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편리하고 안전한 주차를 돕는 자동 주차 기능을 비롯해 전진/후진 시 차량 전·후면의 물체를 감지해 작동하는 전·후방 자동 제동 시스템도 갖췄다.

 
▲ 3.6L V6 가솔린 자연흡기 직분사 엔진은 플래그십에 남겨진 호사 중 하나

CT6의 신형 3.6리터 V형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 토크 39.4kg·m의 성능을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전달한다. 이와 함께 사용된 하이드라매틱 자동 8단 변속기는 향상된 응답성과 구동 효율성으로 6단 자동변속기 대비 5%의 연비 개선을 이뤘으며, 오토 스톱 앤 스타트 기능과 함께 일정 주행 조건에서 4개 실린더만 사용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Active Fuel Management System)을 통해 경제성 측면을 높였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8.2km 수준이다.

주행 성능과 안전성을 위한, 액티브 섀시 시스템 (Active Chassis System)에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Magnetic Ride Control)과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Active Rear Steering) 기술이 포함된다. CT6는 각 휠을 독립적으로 모니터하고 개별 조종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을 통해 모든 바퀴는 1/1000초 단위로 노면 상태를 감지해 각 휠의 댐핑력을 조절, 최적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게 한다. 이 기술은 캐딜락의 다른 고성능 모델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은 주행시 뒷바퀴가 앞 바퀴와 같은 방향 혹은 반대 방향으로 조향되며 저속 주행에서는 회전반경을 약 1m 줄여줌으로써 코너링에서 민첩성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긴급상황에서 안정적인 방향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이와 함께 사용되는 서스펜션 구성은 전륜 멀티링크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는 5-링크 독립 서스펜션이며, 브레이크는 브렘보의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타이어는 245mm 폭에서 트림에 따라 19인치 혹은 20인치 휠이 적용된다.

 
▲ 시승한 모델은 상위 모델인 CT6 플래티넘 트림

아크로팬은 9월 7일 인천 영종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에서 진행된 캐딜락 CT6 미디어 시승 이벤트에 참가해, CT6 플래티넘 트림 모델의 시승 기회를 가졌다. CT6 플래티넘 트림은 뒷좌석에 전동식 틸팅, 마사지, 히팅 및 쿨링 기능이 적용된 시트가 적용되는 등 플래그십의 쇼퍼 드리븐 측면을 강화했고, CT6가 가진 다양한 첨단 사양이 모두 탑재되어 있다. 시승 코스는 영종도에서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까지 고속도로와 고속화도로 위주로, 승차감과 성능 모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승을 위해 먼저 뒷자리에 올랐을 때, 뒷자리의 구성 측면은 충분히 만족할 만 하다. 조수석 위치를 약간 조절하면 다리를 충분히 뻗고도 남을 공간은 나온다. 하지만 긴 휠베이스를 가지고 있어도 전동시트가 쓰는 공간도 만만치 않아서, 4명이 타면 전동 시트의 조작은 어느 정도 제약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트의 위치와 마사지 기능은 버튼으로 빠르게 접근 가능하지만, 마사지의 경우 모니터를 통해 설정하면 다섯 가지 패턴과 강도를 설정할 수 있다.

모니터는 리모컨으로 설정하고, 리모컨의 스위치로 좌, 우 모니터를 선택할 수 있다. 뒷좌석의 독립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HDMI, USB 입력 등이 가능한데, 무선 연결은 지원되지 않지만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또한 무선 헤드폰이 준비되어 있어 외부 소음을 차단하고 미디어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터치스크린보다 리모컨을 쓰는 이유는 아무래도 시트에 파묻혀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키기보다는 리모컨을 누르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스크린에서는 미디어와 시트 조절 등을 할 수 있고, 리모컨으로 조작한다

 
▲ 뒷좌석의 기능 구색은 흠잡을 데 없을 정도였다

출발 후 고속도로로 진입하고 나서 뒷좌석의 느낌은 쇼퍼 드리븐으로는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다. 기본 설정인 투어 모드에서도 CT6의 움직임은 전통적인 쇼퍼드리븐처럼 충격을 흡수하기보다는 오너 드리븐 성향으로 약간 반응을 남겨놓는 모습이다. 이에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노면의 굴곡 등으로 인한 움직임이 기대보다는 좀 컸다. 또한 소음 부분에서도 중고속 영역에 들어서면서 풍절음이나 노면소음 등에서 ‘플래그십’에 거는 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글래스 루프는 앞, 뒤가 따로 구성되어 있어 뒤쪽을 열고 나면 나름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프라이버시나 햇빛을 피하기 위해 뒤쪽 창문에 블라인드도 전동식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 옆 유리의 블라인드는 직접 손으로 열고 닫아야 하지만, 이 부분은 주어진 현실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지 않나 싶은 느낌도 든다. 실내 재질은 대부분 가죽 등을 사용하는데, 여느 차들과 달리 다소 딱딱한 느낌의 처리를 사용했다. 이 부분은 브랜드와 컨셉의 차이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을까 싶다.

투어 모드에서도 운전중 3~4,000rpm이 넘어가는 경우 엔진과 배기음이 뒷자리에서도 꽤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오너 드리븐 성향의 스포츠 세단이라면 장점이 되지만 쇼퍼 드리븐 성향의 대형 세단이라면 다소 아쉽게 된다. 이를 둘 다 잡고자 했다면 주행 모드의 설정에서 좀 더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꽤 빠른 코너링 시에도 뒷바퀴 조향이 가미된 덕인지, 뒷좌석에서 몸에 느껴지는 쏠림이 확연히 적다는 점이 재미있다.

 
▲ HUD 덕에 자주 볼 필요는 없지만, 계기판 구성은 시인성 등에서 만족스럽다

운전석에 앉으면 일단 시트 포지션은 예상보다도 낮고, 몸을 조여오는 느낌도 든다. 스티어링의 느낌은 속도에 따라 오는 무게 차이도 비교적 분명하고, 움직임도 기대 이상으로 차분하고 명료하다. 저속에서 출발할 때 변속기의 움직임이 참 매끄러운데, 엑셀레이터를 약간만 여유있게 밟는 정도로 뒷자리에 소리가 거슬리지 않게 하고도 충분히 매끄럽게 속도를 올릴 수 있다. 또한 8단 변속기의 커버리지 덕에, 2,000rpm 아래로 140km/h 근처의 크루징도 충분히 가능하다.

340마력의 출력을 내는 자연흡기 3.6L V6 엔진은 저회전부터 아쉽지 않은 수준의 성능을 내고, 3,000rpm 이하로는 소음이 거의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반응성 측면에서도 아쉽지 않다. 변속기 또한 저속, 저회전 상태에서도 상황에 맞는 단수를 잘 찾아내서, 애매한 상황에서 변속기에 대한 불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회전 질감을 따지자면 그리 특출나게 매끄럽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대중적인 직렬 4기통과는 차이가 있다. 다운사이징 터보의 시대에 대배기량 자연흡기는 플래그십에서나 누리는 특별한 사치 같은 느낌이다.

효율을 위한 기술로는 이제는 보편화된 스톱 앤 스타트 기능과 함께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 상황에 따라 저부하에서는 4개 실린더만 동작시켜, V4 엔진을 만들어 연료소비를 줄이는 기술인데, 공회전 상태나 고속화도로의 정속주행 정도에서 종종 계기판에서 V6가 V4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약간의 가속에서도 순식간에 V6로 돌아가는 모습이며, 정속 주행하는 고속화도로나 정차 상황이 많은 정체된 시내 구간에서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것 같다.

 
▲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시스템의 효과는 주행 중 꽤 인상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CT6의 ‘오너 드리븐’ 성향은 회전수 3,000rpm 이상에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엔진 소음 유입이 커지고, 엔진에서 느껴지는 힘과 움직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스포츠 모드와 함께 액셀레이터에 힘을 주면 약간 여유를 두면서도 깔끔하게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한편 CT6의 8단 변속기 중 7, 8단은 편안함과 연비를 위한 크루징 용도고, 고부하 상태에서 7단이 들어가면 이내 다시 6단으로 내려버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운동 성능 측면에서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함께 후륜 조향 시스템이 차의 체급을 잊게 하는 성격을 만드는 느낌이다. 후륜 조향 시스템이 가미된 덕분에, 긴 휠베이스를 가진 차량임에도 코너를 돌아나가는 등에서 뒤가 끌려오는 듯한 특유의 답답한 움직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뒷자리에서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던 단단한 느낌도, 운전대를 잡으면 든든함으로 바뀌며,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속도 영역대에서 불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은 꽤 인상적이다.

뒷자리에서 느껴졌던, 쇼크 등을 모두 상쇄하지 않고 약간 남겨서 일부러 보여 주는 듯한 모습은 스포츠, 투어 모드 모두 비슷했는데, 오너 드리븐의 입장에서는 수준급의 처리겠지만, 쇼퍼 드리븐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부분은 운전자의 운전 성향에 따라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일 수도 있겠다. 브렘보 라이선스의 브레이크는 처음 밟을 때는 예민해 보였는데, 성능은 대형 세단의 크기와 무게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좋았다.

 
▲ 전자식 룸미러를 위한 렌즈는 후방카메라와 공유하지 않고 따로 쓴다

CT6의 재미있는 점이라면 후방의 카메라와 연결되는 전자식 룸미러다. 뒷좌석에서 블라인드를 올리더라도 아무 상관없이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전자식 룸미러는, 광각 렌즈를 사용해 기존 룸미러와 백미러 사이의 사각지대를 꽤 지워 준다. 사실 백미러의 시야각 등에 약간 아쉬움이 있었지만, 룸미러와 함께한 조합은 꽤 괜찮았다. 물론 처음에는 시야각과 높이에서 오는 이질감이 있지만, 익숙해지면 신뢰성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다시 거울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옵션이다.

센터페시아의 스크린과 주위의 버튼들은 터치 방식으로 되어 있고, 공조기는 버튼으로 남아 있지만 인포테인먼트 기능들은 대부분 스크린으로 통합되어 버튼과 레버 수를 줄이고, 깔끔한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이 정전식 터치 버튼들이 종종 난감함을 줄 때가 있는데, 예를 들면 손에 땀이 있거나 하면 당장 버튼이 눌리지 않아 대부분의 기능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당장 시승 중에도 오디오의 볼륨 조절에 꽤 악전고투한 경험이 있다.

한편 한 브랜드의 ‘플래그십’이자 ‘럭셔리 세단’을 표방하는 캐딜락 CT6에 있어 아쉬운 점을 하나 더 꼽자면 ‘품질’ 쪽이 있겠다. 당장 시승차 십수대에서도 외부 패널과 범퍼 단차가 모두 다른 모습이라거나, 트렁크 러기지패널 아랫쪽의 허술한 마감 상태 같은 건 브랜드의 플래그십임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출시 이후 가혹한 일정을 소화해 온 시승차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뒷좌석에서 들리는 잡소리가 꽤 있는 것도 체감 만족에 다소 실망을 안기는 부분이 될 수 있겠다.

 
▲ 하이테크 기반의 ‘테크놀로지 럭셔리’ 라는 느낌이 드는 캐딜락 CT6

캐딜락이라는 브랜드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미국 럭셔리의 전형이라는 느낌이지만, 최근의 캐딜락은 전통적인 ‘고급스러움’ 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성능과 하이테크의 집약으로 만들어지는 화려한 이미지가 느껴진다. 그리고 CT6 역시 대형 고급 세단의 위치에 있지만, 전통적인 쇼퍼 드리븐보다는 최신 기술이 집약된 오너 드리븐 성향이 더 강하게 느껴지며, 여타 브랜드들의 비슷한 크기의 세단에서 보기 힘들 정도의 ‘혁신’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다.

그리고 CT6의 ‘혁신’ 이 하나 더 있다면 아마 가격적인 측면을 절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온갖 하이테크 기술로 중무장하고, 쇼퍼 드리븐을 위한 편의장치를 겹겹이 두른 플래그십급 수입 대형 세단의 상위 모델이 9,000만원 대로 등장했다는 것은 분명 참으로 군침 도는 이야기다. 가격만 볼 때, 비슷한 크기와 사양을 갖춘 경쟁 모델로 꼽히는 플래그십급 대형 세단들과 비교할 때, CT6의 가격대는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차이를 보이니 말이다.

비용에 직결되는 고급감이 중요시되는 대형 세단에서, 제한된 예산 안에서 성능, 가격까지 모두 잡는다는 것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를 잡는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인데, 캐딜락 CT6는 이를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에 CT6는 여러 가지 의미로 ‘두 가지 얼굴’을 가지게 되었는데, 전통적인 ‘럭셔리’와는 다른 방향의 고급감 측면을 납득할 수 있다면 꽤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