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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도래하는 퀀텀 컴퓨팅 시대… 새로운 도약 기회 모색하는 빅블루 IBM

  • 2018-08-14 19:09
  • ACROFAN=신승희
  • seunghee.shin@acrofan.com
"나는 고전 이론과 관련된 모든 분석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자연은 고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자연을 시뮬레이션하려면 양자역학이 필요하다."

1981년에 열린 '컴퓨터물리학회'에서 리차드 페인만(Richard P. Feynman)이라는 물리학자가 처음으로 퀀텀 컴퓨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이후로도 몇십 년 간의 꾸준한 개발 및 연구를 거친 지금에야 퀀텀 컴퓨팅을 정의하고 알고리즘을 개발하게 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에 MS와 구글, IBM 등의 쟁쟁한 IT 기업들이 50큐빗급의 퀀텀 컴퓨터를 개발 중이며 연구에 큰 노력을 들이고 있으며, 향후 퀀텀 컴퓨팅이 여러 분야에 적용되어 상용화되면 기존 컴퓨터가 해내지 못한 일을 수없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컴퓨터는 0 또는 1을 사용하는 비트(Bit)의 이진법을 사용해 정보를 계산하고 처리했다. 하지만 퀀텀 컴퓨터는 양자 역학이라고 불리는 양자 물리학의 원리를 이용한다. 00, 01, 10, 11 등과 같이 0과 1의 '중첩'상태가 가능한 큐빗(Qubit, Quantum Bit)을 사용한다. 이들은 '얽힌'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하나의 큐빗에 변화가 생기면 즉시 다른 얽혀있는 큐빗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이처럼 퀀텀 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개의 상태에 있을 수 있고, 동시에 모든 상태에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컴퓨터와는 달리 1개의 처리장치로 동시에 수많은 계산을 별도로 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폰에는 약 30억 개 정도의 트랜지스터가 존재한다. 이 스마트폰의 성능을 두 배로 늘리려면 약 6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하게 된다. 반면에 퀀텀 컴퓨터는 '중첩'상태가 가능하다는 특성으로 인해 n개의 큐빗으로 2의 n 제곱 수 만큼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6큐빗을 가지고 있는 장치의 성능을 두 배로 늘리려면 1큐빗만 덧붙이면 된다는 것이다. 퀀텀 컴퓨팅은 0과 1비트를 사용하는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인간이 수백 년 동안 계산하는 수식을 수초 만에 계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IBM은 'IBM Q'를 통해 누구나 퀀텀 컴퓨팅을 체험해 볼 수 있게 했다
(사진 출처 : www.research.ibm.com/ibm-q)

IBM은 100년이 넘는 역사에서 IT의 기초를 일구고 씨를 뿌리고,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했다. 진공관과 스위치, 천공 카드, 양자 컴퓨터 및 AI 모두 존재하는 것이 IBM의 역사이고, 자신들이 시작했던 x86 하드웨어의 역사를 과감히 도려내고 대량 생간되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전환한 것 역시 IBM의 역사가 가진 특별함이다. 이에 IBM의 역사와 행보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며,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IBM은 향후 퀀텀 컴퓨팅이 적용될만한 영역으로 크게 세 가지 분야를 꼽았다. 첫 번째로는 화학 분야로, 물질 설계, 오일 및 가스, 그리고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전망했다. 실제로, IBM은 2017년 9월에 화학 분야를 양자 알고리즘을 가지고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은 바가 있다. 두 번째로는 4차 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분야로, 분류 및 머신러닝과 선형 대수학에 적용되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 예견했다. 다음은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특히 포트폴리오 최적화, 시나리오 분석, 그리고 가격 결정 부분에서 퀀텀 컴퓨팅이 빛을 발할 것이라 밝혔다.

퀀텀 컴퓨팅의 개발 단계를 나눠보자면 모든 것의 기본을 정의하는 단계인 '퀀텀 기초단계(Quantum Foundations)', 만들어진 실체를 가지고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크기 또한 키울 수 있게 되는 단계인 '퀀텀 준비단계(Quantum Ready)', 그리고 마지막으로 퀀텀 컴퓨팅을 가지고 상용화 및 현실에 적용하는 단계가 '퀀텀 이점단계(Quantum Advantage)'이다. 현재 IBM을 비롯해 퀀텀 컴퓨팅을 연구하는 IT기업들은 준비단계의 중간 지점을 넘어선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IBM은 퀀텀 컴퓨팅이 향후 5년 내 주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고 2020년도에는 이점단계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IBM은 준비단계를 맞이하여 2017년에 IBM Q Experience라는 퀀텀 컴퓨팅 플랫폼을 발표함으로써 학생 및 연구진 등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끔 사이트를 열었다. 처음에는 5큐빗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현재는 16큐빗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 IBM Q Experience와 함께 발표된 개발자용 QISKit(Quantum Information Science Kit)는 오픈소스 퀀텀 컴퓨팅 체제로 오늘날의 양자 발전 과정과 연구를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IBM은 100큐빗의 퀀텀 컴퓨터를 2020년까지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인데 이 100큐빗의 컴퓨터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를 담아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는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 퀀텀 컴퓨팅의 발전은 이 데이터센터 전체를 몇 개 랙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제공 : 삼성SDS)

그동안 빠르게 달려오던 기존의 트랜지스터 기반의 컴퓨터 시스템의 성능 향상은 어느 정도 물리적으로 한계에 가까워 지고 있다. 반도체 공정은 이미 물리적으로 전자의 크기에 근접하는 수준에 다다르고 있고, 실리콘 기반 반도체의 다음 세대로 무엇이 등장할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퀀텀 컴퓨팅은 '물리적 장벽'을 뛰어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오랜시간 기대를 받아 온 바 있다.

퀀텀 컴퓨팅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생각하면, 다양한 현실적 문제로 당분간은 우리 눈에 보이는 가까이보다는 클라우드 너머에서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초기 시스템의 운영 조건이란 것이 초전도체가 생각날 정도의 까다로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퀀텀 컴퓨팅은 '양날의 검'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이는 기존의 인프라와 서비스 구조를 모두 바꾸어버리는 것은 물론 기존의 암호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만큼의 위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17년 3월 세계 최대 보안 컨퍼런스 'RSA 2017'에서 퀀텀 컴퓨터가 암호화 기술에 미치는 위협 및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특히,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지난 2016년부터 퀀텀 컴퓨팅 기술이 현재의 암호 질서를 파괴할 수 있음을 전망했다. 캐나다 연구기관 ‘글로벌 리스크 인스티튜트’도 오는 2031년 현재의 암호체계가 퀀텀 컴퓨터로 붕괴할 가능성이 50% 이상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으로선 퀀텀 컴퓨팅이 상용화되고 악용될 시에는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든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위협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전 세계의 웹 통신, 인터넷 뱅킹, 그리고 암호화폐까지도 위기에 노출될 것이며, 이에 모든 체계 및 시스템을 바꿔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이러한 특이점을 앞두고, 퀀텀 컴퓨팅 연구진들은 퀀텀 컴퓨터의 개발에만 힘을 쓸 것이 아니라 동시에 상용화 된 후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 시켜줄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를 지속함으로써, 퀀텀 컴퓨팅이 보여줄 수 있는 그림 그 이상을 다른 산업 분야와 함께 조화롭게 그려내는데 역점을 둬야만 한다. 그것이, 인간을 위한 퀀텀 컴퓨팅의 대전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