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팬

산업 경제 테크 게임
사회 생활 자동차 미디어

[미디어 액츄얼리] 제품을 넘어 콘텐츠까지, 트렌드 키워드 ‘컬래버레이션’의 비밀

콘텐츠 큐레이터 서희정 박사의 [Media Actually]
당신의 콘텐츠 경험에 스토리를 더하는 콘텐츠 큐레이터, 서희정입니다.

  • 2018-06-21 22:08
  • ACROFAN=서희정
  • press@acrofan.com
 
지난 6월 13일에 실시되었던 지방선거 당시 MBC는 FM라디오의 간판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포맷을 차용하여 선거방송을 진행하였다. 사실 그 동안 방송사에서 개표 방송에서 유권자들에게 재미와 정보를 선사하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시도하였으나 음악 프로그램의 포맷을 가지고 온 것은 처음이다. 가히 음악 프로그램과 선거 방송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이었다.

‘컬래버레이션’ 이종 기업이 일정한 목표를 가지고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행하는 협업을 뜻하는 것으로, 주로 ‘상품’에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limited edition’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일부 소비자들이 밤새 줄을 서는 현상을 일컫는 ‘캠핑 현상’ 역시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품 컬래버레이션은 이미 성공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품이나 서비스 영역을 넘어 ‘콘텐츠’에서도 컬래버레이션 현상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혼자일 때보다 컬래버레이션으로 협업할 때 인지도나 매출에 있어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기 떄문이다. 대표적으로 2011년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와 SPA 브랜드 H&M과 컬래버레이션하였는데,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어 ‘베르사체 대첩’이라고 불릴 정도다. 이렇게 컬래버레이션이 성공 마케팅 트렌드로 꼽히다보니 최근에는 푸드, 약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사실 컬래버레이션은 성공 가능성이 큰 만큼 실패 가능성도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 분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컬레버레이션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한 끗에는 어떤 법칙이 숨겨져 있을까? 컬래버레이션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경험의 확장’에 있다. 여기서의 경험의 확장은 각각 경험의 깊이와 넓이를 뜻한다. 대부분 컬래버레이션을 서로 다른 영역 간의 만남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경험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은 기존에 각각의 요소가 지니고 있는 경험이 업그레이드 되는, 즉 경험의 깊어짐을 제공해야 한다. 가령 A제품이 B제품과 컬래버레이션 함으로써 A나 B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줄어들거나 사라져서는 안 되고 오히려 더 배가 되는 형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경험의 넓이의 확장인데, 서로 다른 영역이 만남으로써 기존의 두 가지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즉 A+B가 결합하면서 단순히 AB의 형태가 아닌 C와 같은 색다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C는 이용자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선할수록 더욱 성공적이다(단, 이것 역시 기존의 긍정적인 경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또한 컬래버레이션은 꼭 새로운 경험만이 아니라 기존에 A나 B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 경험을 상쇄시키는 방향에서도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컬래버레이션은 그저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서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하고자 하는 제품의 어떤 경험에 깊이를 줄 것인지, 또 어떤 경험의 범위를 넓힐 것인지를 고려하여 진행해야 될 것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을 채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할 경우 기존의 긍정적인 경험마저 무너뜨릴 수 있는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될 것이다.

■ ‘콘텐츠 컬래버레이션’ 어디까지 해봤니? 콘텐츠 컬래버레이션 법칙 3가지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컬래버레이션. 컬레버레이션이 기업 마케팅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투입되어야 하는 비용과 노력, 위험부담 등은 줄이면서도 매출은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오프라인 상품 위주로 진행되던 컬래버레이션은 최근 콘텐츠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사실 콘텐츠 컬래버레이션이라고 하면 상품 컬래버레이션과 유사한 듯하지만 콘텐츠 컬레버레이션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각 단계별 법칙을 이해하면 콘텐츠 컬래버레이션을 좀 더 재미나게 즐길 수 있다.

첫 번째는 제작 컬래버레이션이다. 제작 컬래버레이션은 서로 다른 콘텐츠의 IP가 함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거나 하나의 콘텐츠 안에 다른 콘텐츠의 IP가 투입되는 형태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영화 <어벤저스>를 들 수 있다. 컬래버레이션이 OSMU(One Source Multi Use)와 다른 것도 OSMU의 경우 원작 콘텐츠의 IP를 활용해 개별적인 2차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것인 것에 비해, 컬래버레이션은 각각의 콘텐츠를 모아 하나의 큰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트랜스 미디어다. 즉, 콘텐츠의 연결성과 상호작용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영화 어벤저스의 캐릭터는 각각 개별 이야기를 보유하면서도 또 각각이 모여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후자의 경우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있다. 무한도전에서는 멤버들이 매주 새로운 도전을 함으로써 기존의 콘텐츠와의 컬래버레이션을 만들어낸다. 또한 최근 1인 크리에이터들이 삼삼오오 모여 합동 방송을 하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유통 컬래버레이션이다. 표현만 보면 매우 생소하지만 이것은 콘텐츠와 플랫폼의 컬래버레이션을 뜻한다. 기존 유통 플랫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플랫폼에 제공함으로써 긍정적인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점에서 유통 컬래버레이션은 새로운 콘텐츠 경험보다는 콘텐츠의 편리성이나 신뢰성 등의 긍정적인 경험을 주고자 할 때 주로 사용한다. 한때 디즈니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단독 공급했던 것이 여기에 속한다. 또 다른 예로는 선거 시즌 국내 TV방송사가 소셜미디어나 포털에 선거 방송 관련 콘텐츠를 공급한 것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소비 컬래버레이션이다. 소비 컬래버레이션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용자가 참여하거나 이를 오프라인에서 또 한 번 소비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상으로 확장시킨 형태이다. 소비 컬래버레이션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캐릭터 상품과는 다르다. 캐릭터 상품은 캐릭터 판매하기 위해 별도의 상품을 만든 것이라면, 소비컬래버레이션은 기존의 상품에 콘텐츠의 IP를 덧입힘으로써 기존 상품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콘텐츠의 경험이 결합되는 형태이다. 예를 들어 JTBC 드라마 <더패키지>는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와 함께 드라마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캐릭터 소개가 들어간 ‘더패키지 세트메뉴’를 출시한 바 있다.

이렇듯 콘텐츠 컬래버레이션은 이미 우리 일상 속에서 깊게 파고들어 콘텐츠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미디어 경험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컬래버레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두 개의 ‘만남’이 아니라 두 개의 만남을 통한 ‘경험 확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